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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워킹맘의 고단한 일상을 표현하는 웃픈말인데요. 때로는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에게서 위안 받기도 하고, 가족이 줄 수 없는 사회적 인정을 일에서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쪽에서도 이해받지 못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어쩐지 위태롭게만 느껴질 때, 그럴 때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힘이 되는 일이 없을 겁니다깊은 공감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지지처럼 느껴지는 법이니까요.

 

   책을 읽고 있는 건 나인데 도리어 책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은 순간들. 웃기지만 슬프고, 슬프지만 웃긴 바로 내 상황 같은 이야기들. 여기 있습니다. 소설부터 에세이, 만화까지 워킹맘을 위로해주는 4권의 책들을 함께 살펴보도록 할까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앨리슨피어슨 지음, 사람in)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2002년에 출간됐지만 워킹맘을 다루는 책을 꼽을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인데요. 2011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커 파커가 주인공을 맡으며 더 큰 유명세를 갖게 됐습니다. 영어 원제인 <I don’t know how she does it(그녀가 어떻게 그걸 다 하는지 모르겠어)>에서 드러나듯, 일과 가정 모두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슈퍼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엄마이자 아내이자 펀드매니저라는 일인다역을 마치 저글링 하듯 이어나가는 주인공 케이티는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일생일대의 중요한 기회를 얻게 되는데요. 하지만 커리어의 청신호는 가정의 적신호로 이어지고, 케이티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계속 놓이게 됩니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다가 복도로 나가 조용히 딸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슈퍼맘이라는 화려한 장막 뒤에 있는 고군분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케이티가 신고 있는 ‘하이힐’은 겉으로는 당당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위태롭게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워킹맘들의 처지를 드러내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앞으로 계속 엉망이겠지만 저글링은 받는 것보다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니까!”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인 가족과 일 모두를 놓치지 않겠다고, 그러니까 일단 동시에 던지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케이티. 어린 시절 읽었던 <신데렐라>가 결국엔 누군가 자신을 구해줄 거라는 환상을 갖게 만들었던 동화라면,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자신의 일은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걸 알고 또 그 과정에서 계속 성장해나가 어른들의 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아의 여왕 (김주연 지음,박하)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가 남자들이 득세하는 영국의 증권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면 <육아의 여왕>은 사교육의 심장 대치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 입시를 위해 불철주야하는 엄마들의 세계에서 인기 강사로 지내왔던 주인공 현수는 그 자신이 엄마가 되면서 전혀 달라진 삶을 마주하는데요. 주말부부인 탓에 독박 육아를 하면서 홀로 산후우울증까지 시달리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남편은 반찬투정이나 하며 다른 완벽하다는 아내들과 자신을 비교합니다.


   평소에는 혹여나 육아 도우미 아주머니가 그만둘까 전전긍긍하고, 아이가 아플 때는 근무하는 학원의 학부모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올까 쉬지 못하고, 친정 엄마에게는 걱정을 끼칠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 합니다.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는 그녀의 처지. 입시에서는 ‘족집게’가 통하는데, 육아에는 왜 모범답안이 없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완벽한 알파걸도 육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는 모습을 통해 세상에 준비된 엄마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데요.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한 엄마’의 기준으로부터 우리 모두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음을 공감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소설입니다. 아이도 세계가 처음이지만, 엄마도 엄마는 처음일 테니까요.


  흥미롭게도 이 책의 첫 번째 챕터 제목은 ‘스니커즈 없인 못 살아!’로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와 대조를 이루는데요. 하이힐과 스니커즈 사이, 한국과 미국 사이, 사회적 배경이나 신발의 굽 높이는 다르지만 워킹맘들이 분투하는 풍경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나는 워킹맘입니다 (김아연 지음, 창비)

 

  앞에서 소개해드린 책들이 워킹맘의 현실을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었다면, 이번에는 실용서에 가까울 정도로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해주는 에세이입니다. 실제로 13년 차 직장인이자 두 아이를 둔 작가가 쓴 경험담이어서 그런지 바로 옆자리에 앉은 선배가 해주는 이야기처럼 진솔하고 실질적입니다.


  복직 준비 과정부터 베이비시터 구인 방법, 하루 24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연산법까지 많은 워킹맘들의 고민에 힌트가 될 만한 팁들로 가득한데요. 하지만 단순한 생활정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워킹맘이 가져야 할 마음 전반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방법들입니다.


  대표적으로 물티슈 한 장으로 가능한 범위만 청소하라는 ‘물티슈 한 장 청소법’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려고 할 필요 없이 자신이 가능한 방식으로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이 담긴 대목인데요. 저자는 많은 워킹맘들이 시달리고 있는 자책감에서 스스로를 놓아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 말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 속에서도 반드시 자신만을 위한 작은 틈새를 만들어 스스로의 감정이 어떤지 되물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데요. 슈퍼맘이 아닌 리얼맘이 되자는 문장 하나만으로도 워킹맘들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일상날개짓 (나유진 지음, 코리아하우스)

 

  마지막으로 권해드리는 책은 일하는 중간중간 많은 품을 들이지 않고 읽으실 수 있는 만화입니다. 네이버 웹툰 연재 당시 조회수 6,000만을 달성했다는 <일상날개짓>은 싱글맘이자 워킹맘인 작가가 자신의 육아 일상을 다룬 작품인데요. 첫 연재가 시작된 2008년부터 완결이 난 2013년까지 총 1 0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돼 있습니다.


   이 책은 엄마 새와 아기 새라는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육아 스토리를 보여주는데요. 엄마와 아이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잘한 갈등들을 때로는 진지하게 하지만 너무 심각하지는 않게 풀어나갑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가장 많이 배우는 존재도 엄마라는 것, 동시에 워킹맘에게 가장 큰 위안을 주는 존재 또한 아이라는 걸 상기시켜주는 책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소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어린이 독자도 많아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기 좋은 책이랍니다.

 

 

   지금까지 워킹맘을 위한 책들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보다 먼저 나와 같은 상황에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많은 분들이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실 때 다른 이들의 경험을 통해 위로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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